검은 언제나 희미하게 빛났다.
어둠을 몰아낼 만큼 밝지도, 가야 할 곳을 선명하게 비춰줄 만큼 강하지도 않았다. 거대한 세상에 비하면 언제라도 꺼질 수 있을 만큼 작고 불안했다. 그래도 긴 시간을 함께했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믿어보았고, 의심하면서도 놓지 않았다.
신념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굳건해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쉽게 흔들리기에 애써 붙잡고 살아가는 것.
그런데 눈앞에 거대한 빛이 나타났다.
물과 산, 하늘까지 하나의 빛으로 이어지는 풍경 앞에서 검은 더 이상 빛나 보이지 않았다. 본래부터 희미했던 빛은 그 앞에서 완전히 검게 가라앉았다.
한동안 바라보았다.
저 빛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평범한 행복일 수도, 사랑일 수도, 안정된 삶일 수도 있다. 혹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 앞에서 오랫동안 붙잡아온 신념이 유난히 작고 초라해 보였다는 것이다.
어려운 이를 돕고 싶었다. 가진 재능에는 쓰임이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 쓰임을 찾아가는 것을 삶의 이유로 삼았다. 거창한 믿음이라기보다는 흔들릴 때마다 겨우 다시 세워놓은 작은 이유에 가까웠다.
그런데 더 밝은 것을 보고 나니 묻게 된다.
이 작은 빛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어두운 곳을 걸어야 하는가.
검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손에 쥐지도 않았다.
그저 물가에 앉아, 검보다 훨씬 밝은 것을 바라본다.
어쩌면 신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그것이 얼마나 희미한 것이었는지를 바라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검을 집어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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